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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 비트코인 상승은 너무 단순한 논리입니다

전쟁이라는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서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으로서 수혜를 입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국가 간 갈등이 심화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수록 기존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그 대안으로 비트코인이 부각된다는 논리죠. 실제로도 일부 구간에서는 가격이 반응하는 모습이 관찰되기 때문에 이 서사는 더욱 설득력을 얻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바라보면, 저는 이 주장에 일정 부분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적어도 ‘전쟁 = 비트코인 상승’이라는 단순한 구조로 받아들이기에 시장은 훨씬 더 복잡하게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비트코인은 수 차례의 전쟁을 경헙했습니다. 그 중 현 상황과 비교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전쟁은 1)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2)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입니다.


차례대로 살펴보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초기 상황을 보면, 분명히 비트코인은 단기적으로 강한 반등을 보여줬습니디/ 젤렌스키가 공식적으로 비트코인을 통한 전쟁 모금 운동을 펼치기도 했고, 러시아 루블 급락 + 자본 통제가 강화되면서 비트코인은 대체 자산으로서의 수요가 생겨나기도 했거든요. 이 구간만 놓고 보면 전쟁 → 비트코인 상승이라는 서사가 충분히 성립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비트코인은 다시 하락 추세로 돌아섰습니다. 왜냐하면 그 시기는 단순한 지정학적 이벤트보다 훨씬 더 큰 변수, 즉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되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유동성이 빠르게 회수되는 환경에서는 전쟁이라는 서사도 오래 유지되기 어려웠던거죠.



반대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옵니다. 전쟁 발생 직후에는 리스크 회피 심리로 인해 단기적인 하락이 나왔지만, 이후 시장은 빠르게 회복하고 오히려 상승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이 구간에서는 비트코인이 전쟁의 수혜를 받았다기보다는, 당시 시장이 이미 금리 피크아웃을 인식하고 있었고 유동성 환경이 점차 완화되는 방향으로 기대가 형성되고 있었기 때문에 위험 자산 전반의 상승이 가능했던거죠.



같은 이벤트임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완전히 다르게 나타난 이유는 명확합니다. 하나는 금리를 올리던 시기였고, 다른 하나는 금리가 정점에 도달하고 내려올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되던 시기였습니다. 단순히 전쟁이 아닌 미국의 통화정책이 시장의 방향을 갈리게 만든 핵심이었던거죠.


이번 전쟁에서 자주 등장하는 논리 전개 중 하나는 전쟁 → 스테이블코인 발행 증가 → 코인 불장의 구조입니다. 겉으로 보면 그럴듯합니다. 중동의 부자들이 전쟁을 헷징하는 과정에서 스테이블 코인에 관심을 가지고, 크립토 시장이 활황을 띄게된다는 내용은 직관적으로 와닿고 이해하기도 쉬운 스토리거든요.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에 대해 본질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이라는 것은 ‘달러 유동성이 크립토 시장 안으로 들어올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일 뿐입니다. 이 자금이 실제로 리스크를 감수하고 시장에 투입될지, 아니면 단순히 대기 상태로 머무를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전쟁이 발생했다고 해서 사람들이 무조건 코인을 사기 위해 스테이블을 발행한다 단정짓긴 어렵습니다. 오히려 이 때 스테이블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임시 주차 자금의 성격이 더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스테이블 발행 증가는 공격의 신호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는 유사 달러 확보를 위한 방어의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이걸 구분하지 못하면 돈이 늘었으니 오른다는 단순한 착각에 빠지게 되는거죠.


만약 금리가 상승하고 유동성이 축소되는 구간이라면, 아무리 스테이블 발행이 늘어나더라도 그 자금은 쉽게 시장으로 들어오지 않습니다. 반대로 금리 피크아웃이 인식되고 유동성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는 구간에서는 이미 존재하던 스테이블 자금이 빠르게 리스크 자산으로 이동하면서 상승을 만들어냅니다. 즉, 스테이블코인은 방향을 만드는 주체가 아니라, 방향이 만들어질 때 움직이는 연료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최근 널리 퍼지는 전쟁 → 스테이블코인 증가 → 상승장 이라는 구조는 인과관계가 뒤바뀐 해석에 가깝습니다. 실제로는 유동성 기대 → 자금 대기 → 리스크 자산 유입 → 상승이라는 흐름 속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중간 단계로 관측되는 것 뿐입니다(사실 스테이블 발행 자체도 크게 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는 단순히 스테이블 발행량이나 전쟁이라는 이벤트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변수인 유가의 방향성과 통화정책의 흐름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유가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핵심 변수이고, 이는 다시 금리와 유동성으로 직결됩니다. 결국 이 축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자금이 리스크 자산으로 들어올지, 아니면 다시 빠져나갈지가 결정되는거구요.


전쟁은 트리거일 수는 있지만 추세를 만드는 힘은 아닙니다. 크립토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려면 지정학적 이벤트보다 금리와 유동성이라는 더 큰 축 위에서 해석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시장은 언제나 이야기보다 돈의 흐름에 더 정직하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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