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라고 청문회는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어제 열린 케빈 워시(Kevin Warsh)의 청문회는 연준이라는 기관이 앞으로도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하는, 정책 신뢰 구조를 둘러싼 테스트에 가까운 자리였습니다. 전체적으로 청문회는 민주당이 요구하는 1) 정치적 영향 없이 금리를 결정할 수 있는지, 2) 공화당과 대통령이 요구하는 보다 완화적인 금리 정책에 대한 동시 압박속에 진행되었습니다.
연준은 독립적 기구인가?
이 과정에서 워시는 정석적인 답변을 반복했습니다. 연준은 독립적이어야 하며, 본인은 정치적 요구에 따라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금리 역시 사전에 약속하거나 특정 방향으로 고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대통령이 금리를 내려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었다’는 발언을 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동시에 워시는 ‘정치인이 금리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 자체는 독립성을 훼손하는 행위가 아니다’라는 입장도 표명했습닏다. 이 지점이 미국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부분인데요, 연준의 독립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치적 압박을 구조적인 위협으로까지 보지 않는다는 태도가 시장에 확신을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관련해 일부 상원의원들은 트럼프와 워시 간의 금리 인하 관련 논의 여부를 강하게 추궁했고, 외부 보도와 워시의 발언이 충돌하는 장면도 나왔습니다. ‘트럼프나 워시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표현까지 등장하며 긴장이 감돌기도 했는데, 그만큼 시장은 향후 연준이 정치 권력과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인플레이션,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워시는 인플레 잡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한다 밝히며, 과거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을 강하게 비판하는 동시에 현재의 정책 프레임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특히 워시는 코로나 이후 2021 ~ 2022년의 연준 대응을 ‘큰 실수’로 보고 있습니다. 1) 인플레 자체를 일시적 가격 상승으로 해석했기에 대응이 한 박자 늦었고, 2) QE는 단순 유동성 공급을 넘어 수요를 과도하게 자극했다는 평가죠. 그래서일까요? 워시의 전체적 발언은 예상보다는 다소 매파적이었다는 것이 미국내 평가입니다.
이 외에도 워시는 연준 인사들이 사전에 금리 방향을 너무 많이 언급하는 것이 오히려 시장에 혼선을 준다 지적하기도 했고, 보다 자유로운 내부 토론을 선호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향후 정책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죠. 어쩌면 이 부분은 시장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정책 신호가 더 정제되고, 불필요한 노이즈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 + 워시는 연준의 정기 기자회견이 없어질 수 있냐는 질문에 노코멘트로 대응했습니다)
특히 인플레에는 기대 인플레이션(expected inflation)이라는 개념이 존재합니다. 인플레는 현재 가격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닌, ‘앞으로 오를 것이라는 믿음’에 의해 형성되는 경향이 있습니다(마치 맥주 제조업체가 ‘아 물가 오를 것 같으니까 가격좀 미리 올려놔야지~’ 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따라서 주요 인사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을 기하는게 좋지 않겠냐는게 워시의 생각이죠.
하지만 지금까지 시장은 연준의 포워드 가이던스에 상당 부분 의존해 왔고, 시장은 금리 경로에 대한 힌트를 기반으로 자산 가격을 형성해 왔습니다. 만약 이 구조가 약해진다면, 투자자들은 정답지 없이 더 많은 해석을 스스로 해야 하는 구간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정책의 자율성은 높아질 수 있지만, 그만큼 시장 변동성은 커질 가능성이 있는거죠.
이번 청문회의 핵심은 차기 의장이 매파냐 비둘기냐가 아니라, 연준 정책의 방향성과 메시지 전달 방식이 재설정될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결국 채권, 주식, 크립토를 포함한 모든 자산의 기준을 흔들어 놓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쩌면 시장이 보여주고 있는 미묘한 불안정성 역시 전환 과정의 일부로 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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