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분할매수를 굉장히 안전한 기법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몰빵하지 않으니까 안전하다’, ‘조금씩 사면 평균단가가 좋아진다’, ‘천천히 나눠서 사면 리스크가 관리된다’ 같은 식으로 말이죠. 실제로 분할 매수는 입문자들에게도 가장 많이 추천되는 방식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어떨까요? 분할매수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사실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손실을 버티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선 대부분이 이해하는 분할매수에 대해 이야기해보죠. 많은 분들이 분할매수를 ‘가격이 떨어질수록 계속 더 사는 것’ 정도로 이해합니다. 처음 진입하고, 물리면 추가 매수하고, 더 떨어지면 또 사는 평균 매입가를 낮추는 행위 정도로요. 얼핏 보면 굉장히 합리적으로 들립니다. 실제로 이 방식은 횡보장이나 단기 반등이 자주 나오는 상황에서 꽤 높은 승률을 보장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먼저 '어쨌든 버티면 우상향'이라는 막연한 아이디어에서 분할매수가 시작되죠. 하지만 이 생각은 어느 순간부터 ‘여기서 더 떨어지면 안 되는데..ㅋ’ 로 바뀌고, 마지막에는 손절하지 못하는 이유를 합리화하는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여러분은 물론, 저도 많이 겪어본 평범한 이야기입니다.
"분할매수, 그럼 뭐가 문제일까요..?"
1) 구체적인 기준의 부재
먼저 무엇을 기준으로 사고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부재하다는 것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분할매수라는 것은 특정한 시장 구조와 기준점 위에서만 의미가 생기는 행동이지만, 대부분은 싸다는 내용 하나만 보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비트코인이 급락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디어에서는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고, 커뮤니티에서는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때 대부분은 아무 기준 없이 ‘일단 분할로 받아보자’는 식으로 접근하죠. 100k에서 조금, 95k에서 또 조금, 그리고 90k에서 또 삽니다.
겉으로 보면 굉장히 침착해 보입니다. 본인도 스스로도 뿌듯해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본다면 이상합니다.
“왜 그 가격에서 사는거지?”
대부분은 이 질문에 명확하게 대답할 수 없습니다. 차트를 제대로 볼 줄 모르거나, 시장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거든요. 사실상 ‘싸보이는데’ 외에는 의지할 내용이 없는거죠.
그리고 기준의 부재는 전략 실패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비트코인이 80k, 70k에 도달하더라도 싸다고 매수를 누를 수 있을까요? 동일한 이유로 매수가 합리화 될 수는 없죠.
2) 확률적 착각
사례는 확률적 착각으로 이어집니다. 보통 ‘싸서 분할한다는’ 사람들은 가격이 내려가면 자연스럽게 기대수익률이 높아진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냉정하게 생각해보죠. 싼 가격을 기대수익률 우위와 동일시 하는 것은 틀린 접근입니다. 우선은 반등을 하는지 마는지가 중요한거고, 실제로 ‘이쯤되면 충분히 많이 빠졌다’는 말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수 차례의 하락장에서 경험해왔죠.
“아니 ㅋㅋ 그래도 평단가는 많이 내려갔잖아.”
이 지점에서는 리스크 설계의 오류를 짚어볼 수 있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분할매수시 평균단가가 낮아지는 것을 리스크 감소로 착각하지만, 오히려 분할매수를 통해 포지션 사이즈가 커진다는 것은 계좌 리스크가 급격히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기준점이 없을 경우, 분할매수는 잘못된 방향에 점점 더 큰 돈을 실어주게 되는 행위가 될 수 있고요.
또한 리스크 관리의 본질은 몇 번 나눠 샀는지가 아니라, 총 얼마를 잃을 수 있는지에 달려있는 내용입니다. 시드의 10%씩 다섯 번 나눠 매수했다한들, 방향이 틀렸다면 이미 계좌 절반이 하락에 노출된 것이죠.
A: 1,000만 원 스타트 → 분할매수 4번 해서 시드 50%가 -40%
B: 1,000만 원 스타트 → 분할매수 포기, 시드 20%가 -70%
누가 잘 한 걸까요? (칭찬은 못하겠지만)적어도 후자가 계좌를 유연하게 관리하는 스타일입니다.
아마추어는 판이 꼬일수록 더 많은 칩을 베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미 손실이 커졌기 때문에, 어떻게든 한 번에 만회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프로는 반대로 움직입니다. 확률 우위가 사라진 순간 베팅 크기를 줄이고, 심지어 이미 많은 칩을 넣었더라도 그냥 접어버리는 경우도 흔하죠.
분할매수는 1) 어떤 기준점을 가지고, 2) 어떤 리스크를 핸들할지에 대해 알고 있을때 효용이 생기는 베팅 방법입니다.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기술이고, 잘못 사용한다면 더 큰 독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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