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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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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데




"음악의 판타지에 빠져들다"


어릴때 피아노를 배우면서 클래식음악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사춘기 시절 부모님과 함께 레코드점에 가서 마우리치오 폴리니가 연주한 쇼팽의 <에튀드>, 차이콥스키의 <잠자는 숲속의 공주>,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등 여러 카세트테이프들을 사서 닳도록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또 그때는 라디오를 듣다 잠이 드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작곡가도 곡 제목도 전혀 몰랐지만, 새벽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교향곡, 피아노협주곡 등의 클래식음악들을 들으면서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소설을 읽고나면 주인공의 생애를 한번 살아본 기분이 들듯이 음악을 듣고나면 경험해본 적 없는 형형색색의 판타지들이 솟아올랐죠. 클래식음악은 서양의 문화유산이기 전에 그냥 소리와 악보 그 자체로 제 마음에 깊이 들어왔습니다. 아마 이런 경험 때문에 지금도 저는 (클래식음악이 굉장히 학구적인 이미지가 있는 음악 장르인데도) 아무 정보 없이 모든 것을 내맡기는 방식으로 감상하길 좋아하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피아노학원을 다니면서 새 악보집을 새로 사는 것이 너무나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으로 모차르트 악보를, 처음으로 베토벤 악보를, 쇼팽 악보를 샀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실려있는 곡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대충 내 맘대로 막 쳐보면서 잠잠한 종이악보에 적힌 음표들의 소리가 실제로 만들어내는 형형색색의 판타지에 시간을 잊고 몰입하곤 했습니다.



"소리와 악보에서 패턴을 발견하다"


음악은 저에게 항상 잡힐듯 잡히지 않는 '환상 속의 그대' 같은 존재였습니다.

생명공학을 전공했고, 제약회사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음악 공부를 좀 제대로 해보고 싶어'라는 생각이 늘 있었죠. 때문에 뒤늦게 음대를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훌륭한 선생님들로부터 아무리 훌륭한 수업을 들어도, 저는 여전히 음악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학교를 그만두고 몇 년 동안 피아노 앞에 앉아서 수많은 소나타, 교향곡, 때로는 현대음악까지 손 가는대로 이런 저런 음악들을 독대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요.

그러던 중, 여러 음악들에서 수없이 반복적인 표현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하고 흥미를 느꼈습니다.


'어? 왜 아무도 지금까지 이런 말을 안해줬지?' 생각하면서

남들이 모르는 보물을 혼자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동안 막연하고 추상적이라고만 생각됐던 음악 속에 어떤 '관습적인 표현'들이 곳곳에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고

여러 책과 논문 자료들을 찾아보기는 했지만, 되도록 스스로 이러한 표현들에 대해 명칭을 적고 분류 바구니에 넣었습니다.

격자가 잘 맞지 않을 때는 격자의 틀을 움직여보거나 바구니의 이름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오랫동안 추상적으로만 느껴졌던 음악의 여러 감정언어들을 혼자서 자유롭게 탐구해 보았습니다.

제 손에 닿는 음악, 제가 들어본 음악, 아는 음악 등등 .. 어디 물어볼 곳 제대로 없이 닥치는 대로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그 반복적인 표현에 대한 역사적 근거들을 찾을 경우 굉장히 짜릿했습니다.

하지만 악보를 독대하면서 개인적인 직관에 의존한 부분들도 상당히 있고, 제가 시도한 이런 작업은 엄밀히 학문적 탐구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오히려 저에게는 감상이나 피아노 치기에 이어 음악을 갖고 노는 또 하나의 '놀이' 같은 것이어서, 구상하는 동안 스스로 굉장히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이것을 음악에 관심있는, 음악을 사랑하는 여러 분들과 나누고 싶었고, 그 결과물이 2020년에 출간한 <감정 이미지 수사로 읽는 클래식>(마티 출판)이라는 책입니다.

원래 책에서는 클래식음악들을 감정, 이미지, 수사 세 개의 테마를 통해 다루고 있지만 이번 클래스 101 강의에서는 특별히 '감정과 음악'이라는 테마에 집중했습니다.

또한 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음악의 감정언어'라는 주제를 확장하고, 하나의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이 주제에 대해 많은 분들과 소통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