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딩에서 방향을 바꾼다는 건 단순히 매수에서 매도로, 혹은 그 반대 버튼을 누르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건 내가 쌓아온 해석과 확신, 그리고 그 위에 얹혀 있던 감정까지 같이 뒤집는 행위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고수는 자신의 생각을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지만, 경험과 기억, 성공과 실패의 흔적이 계속 누적된 저희같은 일반 개미 입장에서 그 손바닥은 꽤나 묵직하게 느껴지죠.
지난번 말씀드린 것처럼, 한 번 방향을 잡으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그 선택을 정당화하게 됩니다. 반대 신호는 무시하거나 축소해서 해석하게 되고, 결국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기 때문이죠. 여기에 확증편향 뿐만 아니라, 손실회피, 자기합리화 같은 심리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문제가 꼬이게 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자마자 떨어지는건 오히려 손절이 쉽습니다. 수익이 나고 있던 상황에서 손실로 바뀌면 마음이 더 고통스럽죠.
‘아 분명 방향은 맞는데’
‘그냥 단순히 개미털기 아닐까?’
이런 생각으로 손실이 누적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으실겁니다.
하지만 이번 글은 단순히 결단이 빨라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손바닥이 가볍다는것도 문제가 되거든요. 한 방에 크게 잃는 것 만큼 위험한 것이 가랑비에 옷 젖는 경우입니다. 잦은 매매에서 노이즈에 휘둘리고, 위도 아래도 아닌 아무런 의미없는 상황에서 손바닥을 뒤집으면 손실을 보는거죠. 결정적 상황에 손바닥을 뒤집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아무 기준 없이 뒤집는다는 건 더 큰 문제입니다. 결국 방향 전환은 감정적인 결단이 아닌, 미리 정해진 조건을 실행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손바닥을 얼만큼 자주 뒤집는지가 아닙니다. 언제 바꿔야 하는지를 미리 정의하고, 그 기준을 실제로 지킬 수 있느냐가 핵심인거죠. 진입하기 전에 이미 전략 무효화 조건이 정해져 있어야 하고, 그 기준이 깨지면 감정과 상관없이 행동이 나와야 합니다. 손바닥을 뒤집는 것은 판단이 아니라 실행의 영역이어야 합니다.
지난주부터 시황을 보셨던 분들이라면 아실겁니다. 저는 이미 숏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었고, 여전히 제가 보는 해석이 맞다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생각하는 구조와 벗어난, ‘이건 아닌데’싶은 움직임이 발생했죠. 저도 이 과정에서 손바닥을 곧바로 뒤집지는 못했습니다. 숏은 아닌것 같았지만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감정적 저항도 당연히 느꼈고요.
그래서 저는 ‘확신’이 아니라 ‘조건’을 기준으로 판단을 다시 세웠습니다. 기존에 보던 숏 시나리오가 유지되려면 충족되어야 할 전제들이 있었는데, 그 전제들이 하나씩 무너지기 시작하는 순간 더 이상 그 포지션을 들고 갈 이유가 사라진거죠.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롱이 좋아 보이느냐가 아니라, 숏이 틀렸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느냐였습니다. 그 지점에서 비로소 손바닥을 뒤집을 수 있었고, 포지션을 전환하게 됐습니다. 손바닥을 뒤집는다는 것은 ‘더 좋아 보이는 쪽으로 가는 선택’이 아니라, ‘틀린 전제를 버리는 과정’에 가깝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구간이었네요.
손바닥을 뒤집는다는 것은 생존 전략입니다. 한 번의 고집이 계좌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시장에서,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은 곧 리스크 관리 능력으로 직결된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동시에 여러분의 손바닥이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묵직해지기를 바라며 글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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