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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거래는 도박이 아닙니다, 도박처럼 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죠


어제는 현물 투자자들이 굳이 선물 트레이더를 부러워할 필요가 없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발적 수익률이 아닌 생존이고, 현물은 청산 위험 없이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요약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물이 단순히 위험한 도박 도구에 불과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암호화폐라는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선물은 필수에 가까운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죠. 중요한 것은 선물을 쓰느냐 쓰지 않느냐가 아니라 언제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가에 있습니다.


1) 또 내려..? 현물러가 뭘 할 수 있는데..?


먼저 크립토 시장 특유의 긴 하락 사이클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주식 시장은 경제 성장과 기업 이익 증가를 전제로 움직입니다. 침체와 조정은 존재하지만 수십 년의 관점에서 본다면 우상향이라는 믿음도 합리적이고요. 반면 크립토는요? 2008년 이래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로 성장해 오는 과정에서는 수년간 이어지는 하락장도 매번 반복됐습니다.


가장 최근, 2025년의 하락장을 떠올려봅시다. 시장은 6개월간 하락을 거듭했고 많은 알트코인은 90% 이상 하락을 보이며 토막나버렸죠. 현물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말 괴롭습니다. 전량 매도 이후 현금화하고 기다리거나, 계속 보유하거나 둘 중 하나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버티기의 영역이거든요.


버티기 과정에서 제가 추천드리는 방법 중 하나는 스테이킹이었지만.. 최근 재미있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룩온체인에 따르면 한 솔라나 투자자는 약 2년 전 평균 144달러 부근에서 20,200 SOL을 매집한 뒤 장기 스테이킹을 유지했습니다. 스테이킹 보상으로는 1,711 SOL을 지급받았고, 이는 당시 시세 기준 약 14만 달러가 넘는 규모였죠.


하지만 문제는 시장 방향이었습니다. 장기간의 스테이킹 보상에도 불구하고 솔라나가 크게 하락하면서 해당 투자자는 최종적으로 약 105만 달러 규모의 평가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스테이킹이 현물 투자자의 수익률을 보완해 줄 수는 있지만, 결국 이 또한 큰 방향성은 거스를 수 없다는 점을 의미하는 사례입니다.


하지만 선물 시장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하락 자체를 또 다른 기회로 만들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죠. 물론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이 항상 돈을 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 이야기는 지금 논외로 하겠습니다.


2) 선물거래는 하나의 의사 표현 수단입니다


위험자산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현물 투자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제한적입니다. 비중을 줄이거나 관망하는 정도겠죠. 하지만 선물 투자자는 자신의 해석을 숏이라는 포지션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매크로에 대한 생각, 유동성에 대한 판단, 시장 심리에 대한 분석이 모두 거래로 연결될 수 있는 셈입니다. 선물은 단순 레버리지 상품이 아닌 하나의 표현 수단이 될 수 있다는거죠.


이야기를 확장해 보겠습니다.


시장은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는 장소입니다. 현물 시장만 존재한다면 가격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방향으로 왜곡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사고 싶은 사람만 존재하고,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관망할 뿐일테니까요.


하지만 선물 시장이 존재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누군가는 상승에 베팅하고 누군가는 하락에 베팅합니다. 누군가는 과열이라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의견들이 돈의 흐름으로 표현되며 가격은 균형에 가까워집니다.


아이러니하지만 시장을 가장 안정적으로 만드는 힘은 낙관론이 아니라 비관론이 존재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모두가 같은 방향만 바라보는 시장은 반드시 무너지죠. 반면 반대 의견이 자유롭게 표현되는 시장은 오히려 충격을 흡수할 공간을 확보하게 됩니다.


3) 선물거래는 칼이 아닌 방패입니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놓치는 사실이 있습니다. 사실 선물은 칼이 아닌 방패에 가깝다는 내용이죠. 수천억 규모의 현물을 보유한 기관이 있다고 해봅시다. 단기 악재가 예상되지만 현물을 전부 매도하기는 어렵습니다. 세금 문제도 있고 장기 투자 전략도 깨지지 않았습니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선물 숏입니다. 현물을 유지한 채 하락 위험만 줄이는 것입니다.


실제로 기관들이 사용하는 선물의 상당수는 수익 극대화보다 위험 관리 목적에 가깝습니다. 대중은 선물을 위험의 상징으로 생각하지만 자본시장에서 선물은 오히려 위험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입니다.


“응 어쩌라고 선물거래 절대안해~ㅋㅋ”


이 글은 선물거래를 권유드리는 칼럼이 아닙니다. 하지만 실상만 놓고보면 현물 투자자들도 선물 시장의 혜택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는 있습니다.


오늘날 암호화폐 시장의 유동성 상당수는 선물 시장을 기반으로 움직입니다. MM은 선물과 현물을 동시에 활용해서 스프레드를 관리합니다. 기관 또한 현물을 보유하면서 선물로 위험을 조정하고, 채굴 기업은 미래에 생산할 비트코인의 가격을 고정하기 위해 선물을 활용하기도 하죠.


현물은 시간을 거래하고, 선물은 가능성을 거래합니다. 둘 중 어떤걸 해야할까요? 뭐가 맞다는 정답은 없죠. 중요한 것은 시장이 상승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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