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개월간 오픈카톡 Q&A방에서 120개가 넘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중 가장 많이, 반복해서 나온 질문 10개를 골랐어요.
저는 토스증권에서 DA 인턴으로 시작해 DA와 PO를 거쳐 토스 코어에서 Product Strategy Manager로 일했고, 지금은 CLASS101에서 제품전략 리드로 데이터 조직을 이끌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력서를 300건 넘게 검토했어요. 아래 답변은 그 자리에서 실제로 드린 답을 글로 다듬은 것입니다. 위로가 되는 답보다, 내일의 행동이 바뀌는 답이 되길 바라며 씁니다.
Q1. 빅분기, ADP, 태블로 자격증… 뭘 따야 하나요?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저는 이력서를 볼 때 자격증란을 거의 보지 않습니다. 많은 IT업계 DA 조직이 그래요. DA는 기술이 중요한 직무가 아니고, 채용 관점에서 석사와 자격증은 모두 불필요합니다. 자격증을 준비할 그 시간에, 뒤에서 말씀드릴 '증명'을 만드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Q2. 비전공자인데, 학벌이나 전공이 발목을 잡지 않을까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력란도 거의 안 봐요. 지금 저희 회사에는 저를 포함해 통계·데이터사이언스 전공자가 한 명도 없고, 토스에서도 전공자가 절대 다수는 아니었습니다. 잘하는 DA들은 전공과 무관하게 잘했어요. 학벌과 학점, 중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건 제 관점이고 태초에 학벌을 보는 회사의, 학벌을 보는 면접관이라면 다를 수 있겠죠. 일례로, 제가 아는 어떤 회사의 C-level분께서는 "나는 연고대 이하는 안뽑는다." 같은 말씀을 하시긴 했습니다.
다만 취준생과 면접관은 서로 정보 비대칭 상황이기에, 취준생이 이걸 알고 이력서를 안 내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반대로 학벌을 훨씬 덜 보는 면접관도 존재합니다.
거기다 근본적으로 물어야할 것은 학벌/전공은 대부분 이미 정해진 Factor입니다. 따라서 그걸 고민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덧붙여, 시장에서 비전공자 DA가 많습니다. 제 전략 코칭 프로그램을 수강하신 분들이 누적 100명 정도인데, 이 중 현직 DA인 분들의 전공 분포를 보면,
- 통계/데이터사이언스/수학/AI 계열이 40%
- 경영/경제 등 상경계열 35%
- 인문/사회/언어/예체능 등 20%
- 자연과학/일반 공학 계열이 5%
정도입니다.
심플하게 비전공자가 60% 정도죠.
그러니 비전공자라고 주눅들 필요 없습니다.
(참고로 저도 전자전기공학부/경제학과를 복수전공했습니다. )
Q3. 대학원에 가야 할까요?
제가 정의하는 DA, 즉 '데이터로 문제를 풀어내는 사람'이라면 학위와 무관합니다.
저는 대학교 재학 중에 토스에 DA 인턴으로 들어갔고, 토스에서 인정받고 CLASS101의 제품전략 리드가 될 때까지도 졸업을 못 했어요. (졸업은 2026년 2월에 했습니다.)
다만 데이터 '기술' 자체가 좋아서 대학원을 고민하신다면, 그 길은 DA가 아니라 DS나 DE에 더 가깝습니다.
Q4. 포트폴리오는 몇 장이 맞나요? 프로젝트는 몇 개나 해야 하죠?
저는 인턴 이력서를 한 달 안에 200건 넘게 연속으로 검토한 적이 있습니다. 요즘 다른 회사들도 비슷해요. 그 관점에서 포폴이 몇 장이냐, 프로젝트를 몇 개 했냐는 중요한 골자가 아닙니다. 포트폴리오가 없는 분을 서류 통과시킨 경험도 있어요. 장수와 개수를 고민할 시간에, 검토하는 사람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를 고민하세요.
특히 반드시 바꿔야할 생각이, 취업이라는 행위가 N명을 1등부터 N등까지 줄세우는 행위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많은 분들이 본인이 인지하든 못하든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거기다가, "내가 프로젝트를 1개 추가하고 대외 공모전을 하나 더 하면, 등수가 "+a등"오른다. 그래서 면접관의 등수컷에 들어간다"처럼 생각하신다는 점이에요.
이런 생각은 대규모 공채, 수능과 같은 획일화된 평가 환경에서만 유효합니다. 대부분의 취업/면접 상황은 면접관이라는 제한적 정보만 수집가능한 개인이 부족한 정보를 가지고 판단하는 매우 비효율적인 시장이에요.
더군다나 데이터 분석을 오래했다고 해서 상대방에 대한 평가를 잘하지 않습니다. (개인 기여자로서의 실력과 리더로서의 실력은 매우 다릅니다)
중요한건 면접관을 설득하는 행위고, 면접관은 프로젝트가 3개이건 2개이건 큰 차이를 못 느낄 겁니다.
자격증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고 낭비라고 생각하는게 자격증입니다.
저는 자격증을 수십개 가지고 있어요.
전기기사, 소방설비기사, 정보통신기사, ITQ 5개 전과목 A , MOS Excel ,MOS PPT, TOEFL ibt 105 , HSK 5급, Tableau Desktop Specialist, 한자 3급, 정보기기운용기능사, 정보처리운용기능사, ADsP(데이터분석준전문가) ..
이중 제 커리어에서 쓸모있는건 단 한개도 없었습니다.
오직, 제가 무언가를 공부하는 동기부여 관점에서만 유효했을 뿐이에요.
그래서 그 시간들이 가끔은 아깝습니다.
(특히 ADsP 처럼 문제은행식 자격증은 혐오합니다. 물론 제가 혐오하는건 그런 '자격증의 상업적 목적성'이지, 그걸 취득한 사람이 아니에요.
자격증이 있다고 자격이 생기는건 전혀 아니기 때문에, 자격증은 순전히 내가 무언가를 공부하는 동기부여 용도로 생각해야해요
저 역시도 왜 그리 많은 자격증을 취득했냐? 하면, 그냥 동기부여를 위한 환경 설계였던 듯합니다. 그 취득후 뭐라도 된듯한 느낌이 좋았어요.)
Q5. 그럼 프로젝트에서 핵심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건 뭔가요?
JD에 대한 응답입니다. 프로젝트는 다들 워낙 화려하게 잘 해오셔서, 프로젝트 자체로는 차별화가 안 돼요. 예를 들어 CLASS101 JD에는 "반복적인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기보다, 더 나은 방식이 있는지 고민하는 분"이라는 문장이 있는데, 이 문장에 정면으로 답하는 경험을 담거나, 직설적으로 "저는 이런 경험이 있어 그 상에 적합합니다"라고 주장하는 이력서가 압도적으로 눈에 들어옵니다. 프로젝트가 중요한 게 아니라, JD의 문장에 답하는 게 중요합니다.
Q6. JD마다 'A/B테스트 활용 가능한 자'라는데, 신입이 이걸 어떻게 쌓죠?
생각을 뒤집으세요. 신입에게 AB테스트를 요구하는 회사라면 기대치가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러니 "귀사가 이런 AB테스트를 할 것 같아 가상 데이터셋을 만들어 분석해 봤다"를 보여주는 쪽이 훨씬 낫습니다. 이커머스라면 시크릿탭으로 브라우저를 갈아끼우며 회사가 실제로 돌리고 있는 AB테스트를 추적할 수도 있어요. 그걸 찾아서 AI로 데이터셋을 생성하고, 분석 결과를 리포트로 정리해 내보세요. 이력서를 검토하는 입장에서, 놀랍니다.
Q7. '대용량 데이터 처리 경험'처럼 JD가 애매할 땐 어떻게 하나요?
그 회사 HR에 직접 물어보세요. "어떤 상황과 맥락에서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필요로 하시는지, 귀사를 더 잘 이해하고 싶습니다"처럼 예의를 갖춰 질문하면 오히려 가점 요소가 됩니다. 면접은 시험을 치는 게 아닙니다. 다들 연락을 안 하시는데, 연락하는 쪽이 좀 더 낫습니다. (물론 큰 회사일수록 답을 안주는 경향이 있긴합니다)
Q8. 사전과제로 '분석 계획서'를 내라는데, 써본 적이 없습니다.
저라면 계획서를 '먼저' 쓰지 않겠습니다. 거꾸로 합니다. 주제에 맞는 데이터셋을 구하거나 직접 만들고, 여러 각도로 EDA를 하고, 목표를 분명히 정의한 뒤 퍼널과 세그먼트로 쪼개서 일단 분석 한 판을 끝까지 도달시켜요. 그제서야 계획서를 씁니다. 결과물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이미 아니까 "어떻게 분석하겠다"가 저절로 명료해지거든요. 계획서의 눈에 띄는 감점 요소는 '안 되는 걸 분석하겠다'는 헛소리인데, 경험치가 없으면 계획은 반드시 틀립니다. 그 고리를 강제로 깨는 겁니다. 계획서를 쓰지 말고, 분석을 끝낸 뒤 계획서를 '복기'하세요. 시키지 않은 분석 결과까지 첨부하면, 이 사람이 일에 얼마나 진심인지가 보입니다.
관련해서는 아래 컨텐츠를 읽어보세요
[취업/이직/사전과제] 🔥 [Q&A] 분석 계획서를 내라는데, 어떻게 써야 하죠?
Q9. AI가 분석을 다 해주는데, DA를 계속 준비해도 될까요?
기술 하나로 해자를 구축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그런데 그게 DA의 끝은 아니에요. 데이터 밸류체인을 다뤄 전략을 도출하고 팀을 움직이는 사람은 AI가 대체하지 못했고, 오히려 더 희소해졌습니다. 저 자신이 AI의 등장으로 과거보다 보상이 오른 경우인데, 정확히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어서라고 생각해요. 불안해할 대상은 AI가 아니라, '데이터'에만 집중하고 '문제를 풀어내는 것'에 집중하지 않는 습관입니다.
Q10. 타직군인데, 교육이나 부트캠프를 들으면 DA로 전환할 수 있을까요?
채용하는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교육 이수는 거의 보지 않습니다. 교육에서 배우는 내용은 결국 SQL 정도인데, SQL을 모르는 신입은 없거든요. 교육은 해자가 되지 못합니다. 만약 이미 타직군이라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도메인을 알면서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으로 보이기에요. Effectuation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효과적인 의사결정 전략을 얘기하는데, 'Bird-in-hand' 원칙이 있어요. 그 원칙을 적용하면 이상적인 기회를 기다리지 말고 지금 가진 것에서 출발하세요. 재직 중인 회사는 취준생이 갖지 못한 인프라입니다. 지금 하는 일 안에서 데이터 분석이라 할 만한 프로젝트를 먼저 만들어 증빙을 쌓으세요. 툴이 걱정되면 태블로와 SQL만 편안하게 다루면 충분하고, 공부 순서는 통계나 파이썬보다 태블로 먼저를 추천합니다.
마치며
10개의 질문을 나란히 놓고 보면 공통 패턴이 보입니다.
다들 "무엇을 갖출까"를 묻습니다. 자격증, 학위, 포트폴리오 장수, 툴. 그런데 채용하는 사람의 답은 전부 "무엇을 증명할까"였어요. 갖추는 것은 남들과 같아지는 길이고, 증명하는 것은 달라지는 길입니다.
JD의 문장에 답하고, 시키지 않은 분석을 끝까지 해서 들고 가고, 궁금하면 직접 물어보는 것. 스펙은 준비의 목표가 아니라 증명의 부산물일 뿐입니다.
제가 기술서 대신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같은 책을 권하곤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이 일은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일이니까요. 오늘 하나만 하신다면, 지원하려는 회사의 JD에서 문장 하나를 골라 그 문장에 답하는 증거를 만들기 시작하세요. 남들이 안 하는게 뭘까?를 고민하고, 평소의 나라면 뭘 하려고 했을까? 의 반대를 고민하세요.
----
✅ 만약 취준생이라면, 아래 글들을 더 읽어보길 권합니다.
- [취업/이직/사전과제] 🔥 분석 계획서를 내라는데, 어떻게 써야 하죠? [무료 공개]
- [성장] 무슨 일이든지 더 잘하는 방법이 있다. + 채용인재상(?) [무료 공개]
- [칼럼] 데이터 분석가라는 직무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재개편될 것 같습니다. [멤버십 전용]
- [AI] AI가 나를 대체하는게 두렵습니다. [멤버십 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