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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전환] "마케터/타직군인데, DA로 갈 수 있을까요?" : 타직군 전환 5문답

이번 주제는 커리어 전환이에요.

오픈카톡방에서 꾸준히 쌓이는 질문 유형이 있습니다.

마케터, MD, 재무, 영업, BI. 출발점은 다른데 도착지가 같아요. "데이터 쪽으로 갈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할 자격이 저한테는 조금 있습니다.

저의 커리어의 시작은 10명정도 되는 회사의 MD였습니다.


2020년, 제가 MD로 취업을 했을 당시에는 AI가 없었습니다.

데이터를 조금이라도 보려면 개발자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에 가까웠죠.

그래서 개발자에게 이런 부탁을 드렸습니다.

"혹시 어드민에서 보이는 저희 회사의 고객 요청 건의 진행 상태를 CSV로 다운 받을 수 있을까요?"

어드민에서 이미 표출되고 있는 그 화면을 CSV로만 다운 받게 해주면,

매일 직접 다운로드 해서 구글시트에 채워넣어서라도 데이터를 정합하게 트래킹할 생각이었죠.

그게 다운로드가 안되니까 지표를 안 보고 있었냐구요?

아닙니다. 매우 비효율적으로, 10페이지 넘는 기록을 일일이 복사해서 구글시트에 넣고 전일자와 대조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죠.

그래서, 당시 개발 팀장에게 "CSV로 다운로드 기능"을 요청한 것입니다. (참고로 개발자가 총 5명이었습니다. 적지않죠)


그리고 상대방의 대답. "그 기능을 개발하려면 6개월이 걸립니다"

...

지금의 저라면 당연히 개발자 도구를 열고, AI랑 대화해서 제가 자체 개발했겠습니다만,

그때는 아무것도 모를 때였으니까요. 심지어 그걸 알려줄 AI조차 없었습니다.


토스에서의 경험, 리더로서의 경험들을 하고난 지금 그때를 상기해보면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사람을 채용하면, 적어도 생산량이 조금이라도 늘거나 최소한 그대로 일것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를 본다.

그러나 그 생각은 산술에만 갇힌 생각이고, 틀렸다.

어떤 사람은 팀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본인의 안위를 위해 부정적인 생각을 퍼뜨리며,

방어적이고, 비협조적이기에

그 사람이 생산하지 않는 것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생산을 저해하고 판단까지 흐리게 한다."


채용의 중요성이죠. 그래서 함께 일하기 싫은 동료의 상 역시 명확합니다.

안되는 이유를 붙이는 사람. 좋은 반면교사라 생각합니다.


다시 "그 기능(CSV다운로드)을 개발하려면 6개월이 걸립니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저로 돌아가봅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단 조건이 있습니다.

당신은 인생에서 회사란 곳에 입사한지 2개월차이며, 전공은 컴퓨터 공학이 아니며,

코딩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으나 산출물을 만들어본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도와줄 AI는 없습니다.

한 번 생각해봅시다.

.

.

.

.


저는 이렇게 했습니다.

  1. 그날 밤부터 파이썬을 일단 큰 틀에서 배웠습니다.
  2. 그리고 3일 뒤부터 어드민을 스크래핑해서 저장하는 코드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3. 2주일을 퇴근 후 새벽 5시까지 하고 나니, 코드를 완성했습니다.
  4. 이제 매일 2시간을 낭비하던 업무를 5분으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드민이니 API가 노출되어있을거라, 더 좋은 방법이 있었을것 같긴합니다.

하지만 기술적 완성도는 별로 중요하지 않죠.

결국 일주일에 정규직 인력의 10시간 이상을 소요하고도 틀린 데이터를 보던 회사를

20분도 걸리지 않고, 완벽한 데이터를 보는 회사로 바꿨으니까요.


클래스101에 처음 왔을 때에는 [데이터 요청]이 매우 많은 회사였습니다.

기존의 DA는 2명. 데이터 요청만으로 일주일이 꽉 찼죠.

저는 리더였기 때문에, 데이터팀을 없앴습니다.

"클래스101에 데이터 요청을 받아 처리하는 팀은 필요없습니다. 그 데이터를 봐야하는지는 제가 결정합니다"


그리고, 이후 데이터 마트를 모두 갈아엎고, 현재는 팀원분들의 일상적인 데이터 추출의 대부분을 AI/대시보드에서 처리합니다.

"그건 당신이 리더니까 할 수 있는 결정이 아니냐?"라고 하실 수 있습니다.

만약 제가 리더가 아니었어도 방법은 있습니다.

대부분의 데이터 요청이 처리되는데 시간이 오래걸렸던 이유는

당시 쓰고 있던 마트 테이블이 쓸모없고, 원천과 부정합하며, 잘못 만들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1. 최소한 '거래 데이터'마트만이라도 며칠 밤을 새서라도 만들어냅니다.
  2. 그리고 제가 그 마트로 요청을 '뚝딱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3. 동료 DA들이 관심을 가집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도 쓰게 합니다.
  4. 이런 테이블들을 더 만들자고 힘을 모읍니다.
  5.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갑니다.


팀원으로 오지 않은 제가 왜 이렇게 생각할까요?

사실, 리더로서 한 일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리더로 제가 왔지만, 저에 대한 신뢰가 있는 상황은 아니었기에

'마트 개편'이라는 일을 하자고 했을 때의 반응이 엄청 좋지는 않았습니다.

(실제로 다른 분들은 우리 회사의 문제는 DE가 없어서라고 생각하고 계셨으니까요)


단지 리더라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급진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었을 뿐이죠.


서론이 길었습니다. 결국 제가 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똑같습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다음과 같은 모습을 보입니다.

  1. 회사에 입사하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없애거나 줄이거나 효율화합니다.
  2. 그래서 주도적으로 일할 시간 여유를 만듭니다.
  3. 그리고 시간 여유를 통해 자신이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진행하며 경험치를 쌓습니다.
  4. 실제로 가치가 발생하면 그 일을 다시 1번 과정으로 보냅니다.


자신의 일을 줄이거나 없애지 않으면서, 자신에게 시간 여유가 없다고 말한다면 나아갈 수 없습니다.

제 첫 회사로 돌아가볼까요?

"CSV 다운로드"가 안됐던 그 때, 저는 벌어들인 시간으로 새로운 프로젝트에 착수했습니다.

"고객이 받는 견적서의 수를 늘리자"라는 아주 간단한 프로젝트요. (내용은 중요치 않습니다)

CSV다운로드도 안되는 회사가 AB테스트는 가능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프로젝트는 실제로 팀의 KPI에 기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이 제가 토스 DA 인턴을 합격한 핵심이었습니다.

그게 커리어의 첫 단추였습니다. 전환의 경로를 이론이 아니라 몸으로 아는 셈이라, 오늘은 평소보다 더 직설적으로 답하겠습니다.


Q1. "마케터 5년차입니다. 지금이라도 DA로 전환하고 싶어서 부트캠프부터 알아보고 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시점에는 부트캠프를 통해서 DA의 필요한 하드스킬을 배우시는건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다만, 전환을 '학생으로 돌아가기'로 설계하는 순간 게임이 어려워집니다. (여러 부트캠프 수료하기)

채용하는 입장에서 이력서를 수백 건 보면서 깨달은 건데, 전환자의 서류에서 수료증은 거의 아무 정보가 없습니다.

같은 커리큘럼을 들은 사람이 수백 명이니까요.

전환자에게 보는 건 딱 하나입니다. "지금 자리에서, 데이터로 무엇을 바꿔봤는가."

마케터 5년차라면 이미 데이터가 매일 지나가는 자리에 앉아 계십니다.

캠페인 예산, 채널 성과, 전환율. 그중 하나를 잡고 판단을 바꾼 기록을 만드는 것이, 6개월 부트캠프보다 서류에서 몇 배는 강합니다.

전환은 준비하는 게 아니라, 지금 자리에서 이미 시작하는 겁니다.



Q2. "그런데 저희 회사에는 데이터 환경이 없습니다. 로그도 없고, 분석가도 없어요."

이 말씀을 뒤집어 보세요. 데이터가 없는 환경은, '데이터를 만든 사람'이 될 기회입니다.

제가 이력서 리뷰에서 극찬했던 사례가 하나 있습니다.

회원가입 전환율이 낮은데 로깅이 없으니 분석을 못 하는 상황에서, 그분은 멈추지 않고 유저 인터뷰로 인증 방식 문제를 찾아냈고, 로깅을 재설계해서 퍼널을 확인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데이터가 없을 때 데이터를 만들어서라도 문제를 해결하는 것. 그게 그 서류에서 가장 빛나는 줄이었어요.

저의 시작도 같았습니다.

MD 알바 시절 상품 정보를 손으로 옮기는 반복 작업이 주에 스무 시간쯤 됐는데, 크롤링을 독학해서 두 시간으로 줄였습니다. (앞의 서두의 사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제가 시간이 부족해서요.

환경이 좋아서 시작한 게 아니라, 환경이 나빠서 시작할 거리가 있었던 겁니다.

갖춰진 환경에서 쿼리를 돌려본 사람은 많습니다.

없는 환경에서 만들어내면서 까지 문제를 풀어 본 사람은 드뭅니다. 어느 쪽이 더 귀할까요?


Q3. "비전공이고 나이도 적지 않습니다. 늦지 않았을까요?"

'나이의 적지 않음'이 너무 주관적이라 답변이 어려운 문제 같습니다.

실제로 28세만 되어도 늦었다고 생각하시는 분, 반대로 35세에 전환을 생각하시는 분.

두 분의 괴리는 매우 클겁니다.

일단 28세인 분께는 늦지 않았다는 말씀을(제가 토스 DA인턴을 할 때 그정도 나이인 분도 꽤 계셨거든요) 먼저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뒤의 답변은 보통은 직장을 꽤 다니신 분을 기준으로 말씀드려보겠습니다. (ex. 35세, 타직군

일단 쌓아온 도메인은 신입 DA가 절대 가질 수 없는 카드입니다. 영업 15년이면 고객이 어디서 망설이는지 몸으로 알고, 재무 10년이면 숫자 뒤의 구조를 압니다.

Q1~Q2에서도 말씀드렸듯 전환의 최단 경로는 도메인을 버리고 새 직함을 얻는 게 아니라, 아는 도메인에 데이터 역량을 얹는 것입니다.

도메인을 버리는 전환은 두 과목을 동시에 재수강하는 것과 같아요. 굳이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니 질문을 바꾸셔야 합니다. "DA가 될 수 있을까?"가 아니라, "내 도메인에서 데이터로 판단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후자라면, 늦는 나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Q4. "AI가 분석을 다 해주는 시대에, 지금 전환하는 게 의미가 있나요?"

거꾸로입니다. 지금이 전환자에게 가장 유리한 타이밍입니다.

과거의 전환은 도구 장벽부터 넘어야 했습니다. SQL, 파이썬, 통계. 이 장벽 앞에서 대부분이 멈췄죠. 그런데 그 장벽이 지금 무너지고 있습니다. 쿼리와 계산은 AI가 대신 들어주는 시대가 이미 왔어요.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 제가 계속 말씀드려온 것처럼, 데이터 일의 승부처는 원래부터 도구가 아니었습니다. 문제를 정의하고, 맥락을 읽고, 판단을 바꾸는 것. 그건 도구 층위가 아니라 그 위에 있는 능력이고, 도메인을 아는 사람이 유리한 게임입니다.

즉, AI는 전환자가 못 넘던 장벽(도구)을 치워주고, 전환자가 원래 강했던 것(도메인과 판단)을 승부처로 만들고 있습니다. 기존 DA에게는 재편이지만, 여러분에게는 개문입니다.


Q5. "그래서, 내일부터 뭘 하면 되나요?"

세 가지만 드리겠습니다. 순서대로 하세요.

첫째, 지금 업무에서 반복되는 일 하나를 골라 데이터로 줄이거나 없애세요. 주간 리포트 취합, 대상 리스트 추출, 손으로 하는 대조 작업. 거창할 필요 없습니다. 제 크롤링이 그랬듯, 시작은 '내가 아쉬운 일'이면 충분합니다.

둘째, 전과 후를 숫자로 기록하세요. 주 20시간이 2시간이 됐다, 실수율이 얼마에서 얼마가 됐다. 이 기록이 여러분의 첫 번째 증빙입니다. 전환자의 이력서 첫 줄은 수료증이 아니라 이 문장이어야 합니다.

셋째, 그 증빙을 들고 가장 가까운 경계부터 두드리세요. 보통 최단 경로는 외부 지원이 아니라 사내 이동입니다. 옆 팀의 데이터 업무를 조금씩 받아오고, 도와주고, 신뢰를 쌓는 것. 직무의 경계는 지원서가 아니라 신뢰로 열립니다. 저도 그렇게 열었고, 제가 본 성공한 전환자들도 대부분 그랬습니다.

이 세 개가 굴러가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이거 데이터로 볼 수 있어요?"라는 질문이 여러분에게 오기 시작해요. 그 순간 전환은 이미 끝난 겁니다. 직함이 바뀌는 건 그 뒤의 행정 절차일 뿐입니다.


맺으며

다섯 답변의 공통 구조가 보이셨을 겁니다.

전환에 실패하는 설계는 전부 '갖추기'입니다. 부트캠프, 자격증, 학위, 그리고 준비가 끝나면 지원하겠다는 계획. 전환에 성공하는 설계는 전부 '증명하기'입니다. 지금 자리에서, 가진 도메인으로, 작은 문제 하나를 데이터로 풀어낸 기록.

전환을 준비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전환을 이미 시작한 사람이 되세요.

그리고 전환자에게는 구조적인 약점이 하나 있습니다. 옆자리에 배울 사람이 없다는 것. 잘하는 분석가가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깨너머로 볼 기회 자체가 없죠. 제가 이 채널에 실전 사례를 사고 과정 그대로 기록하는 이유가 그겁니다. 옆자리가 없는 분들의 옆자리가 되려고요. 전환을 시작하셨다면, 실전 기록들을 훈련 재료로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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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생각 원칙] 시리즈


  1. #1. 지적 게으름을 벗어나라. : https://buly.kr/CWvFqML
  2. #2. 모든 문제는 맥락 속에 존재한다. : https://buly.kr/2JpIx2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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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4-1. 세 가지 프레임워크로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하라(1) : https://buly.kr/1vSn2C
  5. #4-2. 세 가지 프레임워크로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하라(2) : https://buly.kr/CqGJB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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