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으로

여러분의 세계를 보여주세요

안녕하세요, 시 쓰는 김선오입니다.

저는 신춘문예 당선이나 신인 문학상 수상 같은 기존의 제도를 따르지 않고 한 권의 시집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습니다. 이례적인 방식을 택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책'이라는 존재를 통해서만 보여줄 수 있는 저만의 세계가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시인으로서 한 권의 시집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너무나 중요하고, 쉽지 않은 일임에도 어디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내용이었습니다. 저 역시 그랬고요.

저는 4년간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전업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 번도 이야기한 적 없었던 시인으로서의 생계와 생활에 대해서 말씀드릴게요. 글쓰기 루틴과 작업량, 시집 『나이트 사커』 출간 과정과 비하인드 등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지도 모를 사소한 팁 역시 들려드리겠습니다.

나의 첫 '소 시집' 만들기

이번 수업에서는 자신이 쓴 5~10편의 시와 부록으로 수록될 1편의 산문으로 구성된 소 시집을 제작해 볼 예정입니다.

제가 드리는 미션에 따라 시의 초고를 써 보는 '시 창작 실습' , 쓴 시를 고치는 '퇴고 연습', 순서를 정하는 '목차 구성' 과정을 밟아봅니다.

부록으로 수록될 1편의 산문은 자유롭게 적되, 가능한 자신과 자신의 시에 대해 이야기해 볼 거예요. 내가 어떤 사람이며 나는 왜 시를 쓰는지, 어떤 시를 써나가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만 하는 것과, 글로 써보는 일은 분명히 다르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더욱 깊이 있게, 그리고 재미있게 고민해 보면 좋겠어요.

다른 시인들은 어떻게 자신의 시집을 구성했는지, 또 최근에는 어떤 시들이 환영 받고 있는지에 관해서도 다양한 텍스트를 함께 읽으며 공부해 볼 거예요.

한 편의 시보다 깊은

한 권의 시집

한 권의 시집을 만들어보는 경험은, 한 편의 시를 쓰는 경험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시집의 존재를 염두에 두고 쓴 시들 역시 마찬가지겠지요.

내가 쓴 시들을 묶어 놓고 보면 나의 문체는 어떠한지, 문학에 대한 나의 생각은 어떤 것이었는지, 내가 무엇을 아름답다고 느끼며 언어라는 도구를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등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한 편씩 따로 떨어져 있던 시들이 하나의 제목을 가진 책이라는 물질 안에서 서로 엮이며 특별한 관계성을 얻게 되기도 합니다.

나의 시들을 한 권으로 묶어보는 경험을 통해 스스로의 언어를 확인하고, 하나의 세계를 정리함으로써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과정을 경험하는 일은, 글을 쓰고자 하는 모두에게 특별한 공부가 될 것입니다.

소시집을 완성했다면 함께 만들어본 시 묶음을 출판사에 투고해 볼 수도 있습니다. 책의 형태로 인쇄하여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할 수도 있구요. 다양한 방법으로 시인으로 한 발자국 다가갈 수 있게 도와드릴게요.

시인은 직업이 아니라

상태라고들 하지만

맞는 말이에요. 일상을 살아가는 생활인의 태도만으로는 시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시인으로 살아가는 일은 어쩌면 '시 쓰는 상태'의 자신을 유지하기 위한 끝없는 수련의 과정 같기도 해요.

저는 국문과나 문예창작과를 전공하지 않았기에, 습작생 시절 시에 대해 배우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간절했습니다. 저처럼 혼자 쓰고 계신분들과 '시 쓰는 상태'의 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럼, 클래스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