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내용 중 목차, 프롤로그, 본문 내용 일부, 에필로그를 첨부합니다.
목차
3 프롤로그
part 1. 진작 알았다면 더 좋았을 말들
7 포기만 안 하면 실패는 아니다
13 감탄할 수 있는 것도 재능이다
21 감사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
25 그저 그 마음이면 족하다
31 살아남은 것 자체가 성공이다
36 세월이 나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준다
part 2. 그때 하지 않았다면 다행이었을 말들
40 솔직하지만 부드럽게
47 절대로 써서는 안 되는 말 세 가지
50 반말은 정중하게 존댓말은 다정하게
56 불필요한 오지랖도 상처가 될 수 있다
63 그까짓 시시비비보다 나는 무조건 네 편
part 3. 일찍 깨달았다면 훨씬 괜찮았을 말들
67 만남이 즐거운 건 요리 때문이 아니다
70 대단치 않은 추억 한 조각이 소중한 거였다
74 사소한 순간이 영원으로 기억된다
80 ‘단짠단짠’은 만병통치약이다
83 우린 모두 다 나름대로 최선이다
part 4. 이제라도 비로소 가슴에 새기고 싶은 말들
86 삶은 곧 실천이다
95 생각을 버리고 날자, 날아오르자
100 상처를 받는 지점도, 낫는 지점도 다르다
103 말로 안 되면 따스한 손길로
109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해야 후회가 적다
115 이번 생은 망한 게 아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118 에필로그
프롤로그: 진작 알았다면 좋았을 내 안의 나
지금은 의미 없는 구분이 되어버렸지만, 고등학교 때 치른 문, 이과 적성테스트에서 ‘수포자’인 내가 이과로 나왔다. 의아해하면서 문과 반에 들어갔다.
대학교 때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MBTI 검사결과를 따라 강당에서 같은 유형별로 소그룹을 지었는데, 똑똑한 법대생, 의대생이 잔뜩 한 그곳에서 ‘여기가 아닌데...’ 싶었다.
최근에는 교리공부가 끝나고 신부님과 함께 체크해 본 애니어그램 성격테스트에서 음미체도 못하는 내가 예술가타입으로 나왔다.
논리정연 부엉이도, 목표 직진 독수리도, 뾰로통한 고양이도 아니면, ‘현경아 넌 대체 누구니? 현경아 진짜 네 모습은 뭐니?’
내가 보는 나, 남이 아는 나.
내가 보이고 싶은 나, 내가 감추고 싶은 나.
내가 오해했던 나, 나도 몰랐던 내가 나를
너무 오래 억눌러서, 너무 많이 구겨 넣어서,
정말 내가 누군지, 진짜 내 모습은 어떤지도 모르고, 어디가 아픈지도, 왜 울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바보같이.
이제 나를 그렇게 눈 가리고 고개 돌린 채 있지는 않으려 한다. 이제 나를 그렇게 귀 막은 채 내버려 두지 않으려 한다.
그래, 더 이상 모르는 척 하지 말아야겠다.
정말, 더 이상 망설이지 말아야겠다.
진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시작해야겠다.
어쩐지 움츠러들었던 나,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던 나,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를 헤매고 있던 내가 저 멀리 반짝이는 등대 빛을 따라가고 싶다. 안개 걷힌 맑은 하늘 아래서 해맑게 웃고 있는 어린 날의 나와 만나고 싶다.
그리하여 무심하고 방관하여 꼬이고 얽혔던 나와 나 사이에 진작 알았다면 더 좋았을 말들, 나와 너의 관계 속에서 그때 하지 않았다면 차라리 다행이었을 말들, 나와 우리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일찍 깨달았다면 훨씬 괜찮았을 말들, 이제라도 비로소 가슴에 새기고 싶은 말들을 책에서 캐낸 보물 같은 문장들과 더불어 나누고자 한다.
나와 너, 우리의 아름다운 동행을 위해.
part 1. 진작 알았다면 더 좋았을 말들
포기만 안 하면 실패는 아니다
‘용두사미.’
처음에는 의욕에 넘쳐서 이것저것 시도하고, 이곳저곳 등록한다며 수선을 떨다가 얼마 못 가 제풀에 지치는 나를 두고 엄마가 던진 뼈있는 말씀이었다. 시작은 용의 머리처럼 창대하나 끝은 뱀의 꼬리처럼 미약했던, 아니 끝이랄 것도 없이 흐지부지되었던 패턴을 이처럼 꼭 집어 적확하게 표현한 단어가 또 어디 있을까.
그러다 ‘지속하는 힘의 위대함’을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모범생축에 들었지만 사회생활은 아무것도 몰라 힘들었던 시기, 회사 고과로 평가되지 않는 운동을 통해서였다. 꾸준한 자기관리는 계기가 주요했는데, 회사가 위치를 옮기면서 새 건물 지하 1층에 사내 피트니스센터가 생겼다. 반가운 마음에 등록하고, 러닝머신에서 살살 걷기부터 가볍게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에, 굳이 건물 밖을 나가지 않아도 엘리베이터만 타면 도착하는 편리한 입지가 한몫했다. 귀찮다며 망설일 여지가 없어졌다. 비록 약한 강도일지라도 꾸준히 할 수 있는 동력이 생겼다. 따져보니 올해로 16년째다. 아마 퇴사하기 전까지 계속 출근 도장을 찍을 것 같다.
논문 쓰기도 단기간의 성과에 연연하기보다는 장기간의 꾸준함이 필요한 것임을 일깨워주었다. 퇴근 후에 주경야독으로 다녔던 언론대학원에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직장인들이 모여 있었다. 그중에서도 항상 최고의 성적으로 내로라하는 대학, 가장 점수가 높아야 들어갈 수 있는 학부 전공이었던 한 대학원 동기는 논문도 최고로 쓰고 싶어 했다. 하지만 논문작성은 기존의 해오던 공부와는 결이 달라서 생각처럼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자신만만했던 그 언니는 처음 겪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논문 쓰기를 포기하며 석사과정은 수료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에 반해 “방송인들은 말은 잘하는데, 글은 말 같지 않네요.”라는 지도교수님의 은근한 지청구를 들으면서도 부단히 키보드를 두들긴 나는 석사를 마치고 박사논문까지 썼다. ‘역작은 무슨, 논문은 통과하는 데 의의가 있는 거지. 일단 시작해보자.’라며 논문의 기본인 목차나 뼈대 세우기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주제만 정해 놓고는 무조건 참고문헌을 읽는 족족 눈사람처럼 글을 갖다 붙였다. 살만 찌워 비대해진 글들은 방향 없이 둔탁하게 굴러다니다가 가지치기를 해가며 겨우겨우 틀을 잡아나갔다. 처음에는 참고문헌을 이어 붙이기만 했지, 출처를 제대로 적어 놓지 않아서 나중에는 시원찮은 기억을 더듬어 수많은 도서와 논문, 리포트와 학회지, 외국 문헌 등을 일일이 다시 뒤지며 쪽수까지 기재하느라 애를 먹었다.
결국 이탈리아의 세계적 기호학자이자 철학자인 움베르토 에코가 <논문 잘 쓰는 방법>에서 일러준 주제선정-자료조사-작업계획 수립-원고 쓰기의 제 순서대로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잡아먹었다. 지금 생각하면 무모하기 짝이 없는 방법이었지만 그래도 일단 겁 없이 시작하니 평작이든 졸작이든 완성할 수 있었다.
하긴 지금 쓰고 있는 글을 포함해 그동안 출간한 책들도 하루에 A4용지 한 장씩 120일간, 완성도 보다는 기한준수, 질보다는 양이라며 진득하게 쓴 과정의 산물이다. 희대의 예술작품이 수없이 많은 습작을 품고 있듯, 유레카 아이디어 뒤에는 무수한 아이스 브레이킹 조각들이 있듯, 일단 쓰기나 하자고 했더니 어느덧 어설픈 끝을 보았다. 옳은판 단을 너무 늦게 하는 것보다 서투른 결정이라도 빠르게 진행하며 그때그때 수정하는 게 낫다는 비즈니스 세계의 명언을 글짓기에 응용하여 덜컥 쓰기부터 했다. 물론 이후에 인쇄 넘기기 직전까지 수차례 교정이 필요하긴 했지만 그러면서 깨닫게 된 한 가지가 있다. 최고이기는 힘들어도, 최선은 어려울지라도, 중간에 관두지만 않으면 어떻게든 되기는 되더라는, 끝은 볼 수 있더라는 사실이었다...
에필로그: 관계의 언어로 힘들었던 ‘어른이들’에게
불혹과 지천명 사이, 오십을 2년 앞둔 어느 날.
그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과, 하늘의 뜻을 깨친다는 지천명은 고사하고 그동안 모르고 무심했던 내 마음이라도 알고 싶어 나선 산책길에서, 내 안이 속삭이는 소리를 한두 문장 씩 귀 기울여 듣고 잊기 전에 받아 적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마음속에서 털어놓는 작은 소리들, 때로는 참다못해 폭포수처럼 쏟아 놓는 아우성들, 하루를 살아내는 한마디, 한마디를 휴대전화 메모 앱에 진주알처럼 차근차근 모아서 보이지는 않지만 제법 단단한 실로 꿰어 목걸이를 만들고 있습니다. 나를 버티는 생의 다정한 글귀들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내 삶을 이끄는 유쾌한 문장들을 보물처럼 발견하고 있습니다.
진짜 어른이고 싶지만 아직은 철들기 싫고 물들기 싫은, 여전히 순수하고픈 ‘어른이’들, 인생의 반환점을 돌기 전 내 마음을 돌아보고 싶은 이들, 책과 경험에서 터득한,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나만의 진리’를 찾아가고 있는 이들과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
함께 나선 산책길,
동행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공되는 전자책 분량
46판 115페이지
최근 업데이트 날짜
2022년 8월 10일